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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민감주 여전히 유효한 개념일까?

경기민감주에 관하여

 

경기 민감주라는 말은 주식 시장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을 부르는 통칭이다.
경기 민감주 = 경기 수혜주 = 경기 주도주 등 여러 이름으로 사용된다.

 

경기 민감주

1. 철강
2. 조선
3. 자동차
4. 항공
5. 해운 / 운수
6. 석유화학
7. 건설
8. IT
9. 반도체
10. 전기
11. 전자
12. 금속 산업
13. 기계
14. 종이 및 골판지


시장에서 흔히 부르는 경기 민감주를 카테고리에 따라서 분류해보자.

1. 철강 및 금속 산업, 기계 류 산업
철강, 조선, 자동차, 금속, 건설, 기계
2. 물류 산업
항공, 운수, 해운
3. 기초 소재 산업
석유화학, 종이 및 골판지
4. 기술 및 it 산업
반도체, 전기, 전자, it



이 중에서 반도체, 전자, 철강, 조선, 석유화학, IT는 우리나라의 핵심 기반 산업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LG화학, 현대중공업 같은 기업들이 있다. 우리나라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이 경기를 주도하는 것은 객관적 실체다.

이 기업들이 우리나라 경기를 주도하기 때문에 이런 산업들이 호황일 때 경기가 좋아야 하고 순환논리로서 경기민감주 주가는 상승해야 한다. 호황일 때 경기민감주 기업들의 제품이 많이 팔리고 불황일 때 제품이 적게 빨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경기에 민감하다는 말은 곧 수요 측면이다.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은 호황을 누리게 된다.

경기 민감주 = 수요 증가 = 경기 민감주 주가 상승

그런데 이러한 개념들이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가장 먼저, 코로나 이후 부터 현재의 경기 상태가 어떤지 부터 살펴보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합 이동의 자유가 금지되고 세계 경제는 얼어붙었다. 각국 정부는 얼어붙은 경제를 녹이기 위해 각종 재정정책, 금융정책을 남발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주식, 암호화폐,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이 반응했다. 글로벌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이후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공급되면서 글로벌 경기는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고 경기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현재도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라는 코로나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기에 긴장을 늦추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2020년 초 팬데믹 부터 2021년 12월 현재까지의 경기 사이클은 경기 충격에서 회복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국내에서 경기민감주로 불리는 종목의 실적과 주가 변화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1. 해운주 - HMM의 예

 

대표적인 해운주인 HMM은 최근 2년 사이에 주가가 폭등했다.

 

hmm 주가 추이


코로나로 글로벌 경기가 엉망이었지만, HMM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다. 최저가 대비 최고가로 보면, 최소 10배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유례없는 주가의 폭등이 있었다.

경기는 엉망인데 HMM의 주가는 왜 상승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로 인한 물류 체계가 엉망이 되면서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자리가 폐쇄되면서 해운 산업은 병목현상을 겪게 되었다. 화물들이 한번에 몰리게 되었고 수출 기업들은 화물을 보내려고 해도 물류망을 잡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환경규제로 노후 선박의 퇴출, 새로운 신규 선박의 투입 지연으로 컨테이너선 등의 공급 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이 컸다.

이러한 공급 과잉 해소와 지연된 화물 수요 폭발 현상은 운임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해운회사들의 기록적인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hmm 실적


연속적으로 적자를 보던 HMM의 실적은 2020년 흑자전환했고, 2021년 3분기에는 2조 27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영업이익을 달성하게 만들었다.

HMM의 실적 증가와 주가 상승은 경기에 반응한 것이 아니었다. 경기는 불황 혹은 회복세임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특수한 상황이 겹쳐서 실적과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병목현상으로 인한 갑작스런 수요의 폭증, 공급 과잉의 해소, 운임 단가의 상승 등이다.

 

대표적인 항공주인 대한항공도 같은 궤를 보인다.

 

대한항공 실적


대한항공도 몇 년 연속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흑자가 기대된다. 코로나로 여행산업은 불황을 넘어 고사 위기에 처했지만 대표적 항공주인 대한항공의 실적과 주가는 순항을 거듭했다. 여객 운송 대신 화물 운송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엄청난 실적 증가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물류 혹은 운송 기업인 HMM과 대한항공의 예를 보면, 경기 민감주라는 속칭이 민망할 정도이다. 경기가 호황일 때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물동량이 늘어나고 실적이 증가하고, 그것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소위 경기 민감주의 전형이다.

그런데 경기가 불황인데도 실적이 증가하고 주가는 상승했다.

이를 보면 운송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반드시 경기에 민감하게 반등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운송 관련 사업을 바라볼 때 경기에 민감하다는 거시적인 흐름만으로만 접근하면 크게 실패할 수 있다.

한 기업의 주가는 거시 경기 보다는 오히려 산업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2. 철강 기업 : 포스코와 현대제철

 

우리나라 철강 기업 대표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예도 살펴보자. 철강 산업은 전형적인 경기민감주로 시장에서 언급된다.

 

포스코 영업이익


포스코는 2021년 3분기에 3조 100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2006년 이후의 영업이익 공시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다.

포스코가 올해 유달리 영업을 잘해서일까? 경기가 호황이어서 일까? 아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중국이 강철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철강 가격이 상승했고 그것이 실적으로 이어졌다.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즉, 포스코의 영업이익 증가는 포스코 자체적 노력인 기술 개발, 설비 투자 등에 의한 이익 증가가 아니었다. 코로나 이후 조선, 자동차 산업의 수요 회복세가 있었지만 실적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아닌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발 철강 생산량 감소로 인한 반사적 이익 증가였다.

중국은 왜 철강생산량을 줄였을까?

중국이 철강 생산량을 줄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글로벌 트렌드인 탄소 제로 프로젝트 때문이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중국 전체 탄소 배출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철강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두 번째는 올림픽이다. 2022년 2월 예정되어 있는 올림픽에서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 당국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회사인 철강과 석탄 회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탄소 중립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올림픽이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은 철강의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소한 올림픽까지 그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영업이익


우리나라 철강 2인자인 현대제철은 2021년 3분기에 창사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인 8262억 원을 달성했다. 이 역시 중국의 철강 생산량 감소 효과이다.

철강 산업의 실적 증가는 중국발 공급 과잉 해소 때문이었다.


철강 산업의 실적과 주가를 움직인 요소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었다. 탄소 중립과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 철강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거시 경기와 연동되지 않았고 오히려 정치적이고 국제적인 관계에 의해 움직였다.


1. 경기 민감주는 경기 수혜주, 경기 주도주라고 불린다.
2. 경기 민감주는 경기의 호황과 불황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인 해운, 항공, 철강 산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경기 민감주의 실적과 주가는 거시 경기와는 무관하게 움직였다.
4. 기업의 주가는 경기, 즉 수요의 증가 요소 보다 공급 혹은 공급 과잉의 측면에서 더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5. 공급 측면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국제적 트렌드, 정부의 정책 기조, 국제 관계 등의 정치적 상황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6. 공급 측면이 기업의 실적과 주가에 영향을 주는 영향은, 공급 과잉의 해소 ➞ 제품 판매 가격의 상승(단가의 상승) ➞ 기업 실적의 증가 ➞ 주가의 상승으로 이었다.
7. 기업의 실적은 기술, 제품 품질 향상, 기업 투자, 설비 증설 등의 기업 실체적인 노력과 상관 없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다른 외부 변수인 팬데믹, 국제 관계, 정치 등의 외적 변수로 인해 실적이 크게 변하기도 한다.
8. 산업적 측면에서 공급 과잉, 공급 증가, 공급 경쟁, 생산 경쟁 등은 기업의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9. 기업의 주가는 거시 경기 보다는 산업 경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10. 산업 경기는 산업 공급과 산업 수요의 원리가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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